내일이면 나흘째 아닙니까. 왜 애초 사흘이라 해놓구선 .18서리가 바를 정자의 획을 또 긋고는 새 종이를 좌악 펼쳐들었다.소인 물러가도 되오니까 .우리는 그후 한 달이면 두세 번 소주잔을 앞에 놓고 만나거나 귀빠진 날 서로 불러주는 피차 몇 안되는 친구 사이로 발전돼갔다. 마침 그의 집은 녹번동과 신사동을 오갔고, 나는 남가좌동과 홍은동을 맴돌던 때여서 일요일 같은 날 불쑥 찾아가든지, 시내에서 만나 몇 순배 돌면서 귀가하기에는 한결 편한 점도 있었다.책 속에는 이름이 보이지 않소만.생각이 이에 이르자 이명원의 뇌리에 허준의 의업 일변도로 사는 과묵한 눈매가 떠올랐다.. 허주부님.모두 내의원 의원들이여.고맙다니 무슨 말씀이오니까?이미 두 사람의 화제에 관심 없는 노수신을 의식하며 정작이 채공조에게 웃었다.승은을 입어 다행히 왕자녀를 가질 때야 그 태어나는 아기가 왕자냐 왕녀냐에 따라 또 때로는 왕의 총애의 깊고 얕음에 따라 숙원인 빈(정1품)으로 봉해지기도 하고 귀인(종1품), 다시 더 아래 소의(정2품), 숙의(종2품) 등으로 봉해져 처소에서 해방되어 독립된 처소를 하사받아 따로 임금과의 사랑의 보금자리를 차리게 되는 것이다.거 지체하지 말고 너는 즉시 달려 공빈마마의 본곁 분들께 급히 예절하도록 여쭈어라.허준이 감동되어 더욱 존경의 태도로 대답했다.그 대궐 안 여자들이 기다리는 생애를 건 단 한번의 기회란 뜻을 아직 모르겠는가?무슨 욕심?이공기가 정작에게 소리쳤다.너는 생각해 보았느냐?허준이라 했던가?의원의 재주가 사람마다에 태어난 것이 아닐진대 잠시 자중하여 분노를 삭이고 언제 끝날지 모르며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는 장차의 전쟁에 대비하고 그 전화에 휩쓸리는 보다 많은 군졸들과 백성들을 구하는 것이 왜 비겁이 되오니까.정작은 양예수가 지시한 청담순기탕을 조제하기 위해 약재의 양을 상정하는 회의에 끼여야 할 자신을 잊고 진숙궁 화려한 화원가에 우두커니 서서 간살떨며 교묘히 살아가는 인간사의 너저분한 욕망을 비웃고 있었다.다른 인간이야 백 명이 찾아와도 반가울
무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소시적부터 자기에게 향하고 있는 그녀의 간절한 눈매들을 이제 와 모른 체 더 되물을 수가 없다. 그러나 빗발이 또 굵어지고 있었다. 서둘러 해야 할 일이 있다. 다시 입을 먼저 연 건 그녀였다.허준이 다시 찬번 유도지의 손을 힘있게 흔들고 집안으로 이끌었다.빗줄기는 그쳤으나 그 칠흑 같은 하늘을 배경으로 대궐 일각이 타오르고 있었다.또 일차 승은을 입고도 임신하지 못한 여체도 운명은 마찬가지 . 궁녀들에게 봉사한 연공의 연수를 따져 지체의 상승은 있을지라도 함부로 임금과의 재회를 기약할 수도 없다.그러합니다. 소인이 앞장을 서옵니다. 소인이 책임을 지옵니다.몸에도 마음에도.네 사사로운 결심까지 귀담아들을 겨를 없거니와 나 때문에 지체된 길 나 또한 너를 중전마마의 행차까지 데려다주고자 마음먹었으나!모습이 돌아왔다 하여 다 나았다 여기는 것은 이른 일이옵고 회복기의 섭생이 까다롭사오니 본인은 물론 간병하는 이들이 감당할 일들이 남았다 여기옵니다.안다?안 그래도 내 너희들의 자복을 기다리고 있었더니라!대감!사마시(진사와 생원을 뽑는 과거)에 올라 26세에 포천 현감에 이른 후 더 이상의 출세를 포기, 어느날 병을 칭탁하여 동헌 기둥에 인수를 걸어놓고 초야로 묻혀버린 형인들 그 가슴에 타오르던 것은 벼슬하지 말아라 세상 됨됨이에 관심하지 말라는 달관의 심정이 아니라 그치려 해도 그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새파란 원념의 몸부림이었음을 정작은 안다. 벼슬을 버린 그 형이 광주 청계사 골짜기에서 술취해 눈 속에 얼어죽은 모습으로 발견되었을 때의 절망감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호종은 하되 내가 속할 반을 따로 짜주소서.함께 끌어가거라.제 눈으로 분명 보았습니다.그러하오이다. 밥주머니, 허허허.속히 말하오, 답답하오이다.세모를 맞이한 섣달의 대륙은 눈바람이 아우성을 치며 사행 일행을 몰아쳤다.상사병에 손목이나 잡혀갖구 심에 찰까?만일 의안군의 병이 북쪽과 이곳에 번지고 있는 염병이란달 때 그렇다면!중원의인전이라 이름한 그 책 내용은 중국을 중심한